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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끊지 말고 계속 말해요, 두려우니까, 푹 꺼질까 봐, 당신이 말을 멈추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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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오-에디션 | 등록일 | 2020-08-27 | 조회수 | 27635 |
페터 한트케의 여덟 번째 희곡 <말 타고 보덴호 건너기> 작년에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또다시 논쟁의 화신이 되었던 페터 한트케의 여덟 번째 희곡 <말 타고 보덴호 건너기>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9월 13일에 마감되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번역/출판 프로젝트는 매년 한두 개의 한정본만 출판하는 독립출판 이오-에디션(io-edition)의 여섯 번째 에디션으로, 이번에는 500부 한정본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의 영화감독 빔 벤더스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를 이런 적절한 말로 축하해 주었다: "그 아닌 누가 말에 대한 믿음만으로 세상의 무게를 받쳐주었던가?" 이번에 소개되는 그의 희곡은 1970년에 발표되었으나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정신없이 말을 달리다 자기도 모르게 살얼음이 낀 보덴호(Bodensee) 위를 건넌 기사가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놀라 숨이 끊어져 말에서 떨어진다는 구스타프 슈밥(Gustav Schwab)의 발라드를 메타적 은유로 취한 작품이다. 이 극의 제목에서 "말"은, 그것이 한국말로는 말(言)이든 말(馬)이든 말이 된다는 점에서 참 공교롭다.ㅡ 말은 한트케가 가장 혐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벤더스의 축사처럼, 끝까지 그가 놓지 않은 믿음의 대상이자, 그 자신과 이 세계를 받치고 있는 푹 꺼질듯한 바닥이기도 하다. 독일어로 보덴(Boden)은 “바닥/지반”을 뜻한다. 슈바벤이나 바덴 지방에서는 "무대"를 뜻하기도 한다. 이 무대는 여러 관용적 표현, 진부한 문구, 스몰 토크, 오해와 편견, 식상한 슬랩스틱, 잠꼬대 등이 뒤섞이며 계속 다음 상황으로 미끄러지는, 산만하고 모호한 언어의 살얼음판을 제시한다. 부지불식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한트케적 언어유희와 언어비판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페터 한트케는 여러 실험적 희곡과 소설이 국내에 번역되어 많이 알려진 작가이지만,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관한 논란에 관해서는 그 내막에 대한 자세한 취재 없이 "전범 옹호자" 또는 "대학살 옹호자"라는 표현을 맹목적으로 재인용하며 대중에 알려진 작가다. 그는 이 왜곡된 작가를 실체가 없는 "유령(Phantom)"이라 불렀다. 이 유령으로 인해 그는 수십 년을 '말'과 싸워야 했다. 한때는 심지어 빔 벤더스도 이 반인륜적 작가와 절교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번 한정본 <말 타고 보덴호 건너기>는 부서질 듯한 언어의 세계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시하며, 각종 논란에 휩싸인 한트케의 언어 세계를 – 더 나아가 우리의 세계를 - 돌아보는 계기를 함께 제공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9월 13일에 마감된다: https://tumblbug.com/boden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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